Lesson 53
격을 처방으로 쓰지 않는다
네 기둥이 한쪽으로 모인 그림이 있다. 그 모임을 오늘의 불편에 없는 약처럼 쓰고 싶어질 때, 나는 손을 먼저 둔다. 격은 처방이 아니다.
모임을 약으로 바꾸지 않는다
그림이 한쪽으로 기울면, 기울인 쪽을 보강제로 쓰고 싶어진다. 보강제는 점수표가 된다. 나는 격을 먹지 않는다. 모임이 어디로 기울었는지, 오해가 그 기울기를 받는지만 두고 본다.
처방으로 바꾸는 순간 그림이 흘러진다. 흘린 그림은 장면이 아니다. 공사다.
오차를 약처럼 메우지 않는다
거리가 남으면 메우고 싶어진다. 메우는 손은 글자를 옮기고, 옮긴 글자는 또 다른 점수표가 된다. 나는 글자를 옮기지 않는다. 모임과 세운 사이 각도만 남긴다.
각도가 크면 숨이 가빠질 수 있다. 가쁨을 길흥으로 접지 않는다. 가쁨도 각도의 감각이다.
다시 그림 위에 둔다
처방을 거둘 때, 모임은 다시 그림이 된다. 그림 위에 오해의 선만 겹쳐 본다. 선이 맞는지 미끄러지는지는 다음 수업에서 또 두면 된다.
격의 이름을 봉인하지 않은 채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봉인한 이름은 처방이 되기 쉬다.
격을 처방으로 쓰어 앞일을 맞힌다고 적지 않는다. 격은 모임의 질감이다.